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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유산

온라인 계정 상속, 현재 한국 법률의 공백

by onething-1st 2025. 6. 28.

온라인 계정 상속, 현재 한국 법률의 공백

1. 온라인 계정 상속의 시대적 필요성과 현실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며 이메일, 소셜 미디어, 클라우드 저장소, 온라인 금융 계좌 등 각종 온라인 계정은 단순한 정보의 집합을 넘어 중요한 자산으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계정에는 고인의 사적 기록, 재산적 가치, 사회적 명예까지 담겨 있어 사망 이후 그 처리 방식을 둘러싼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하지만 정작 고인이 사망한 뒤 가족이나 상속인이 이러한 계정에 접근하거나 관리하려 하면 큰 장벽에 부딪힌다. 그 이유는 바로 온라인 계정 상속에 관한 한국 법률의 공백 때문이다. 현실은 이미 디지털 자산의 상속이 필수가 된 반면, 법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유가족은 플랫폼의 내부 규정에만 의지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2. 현행 법률과 온라인 계정의 상속 대상 여부

대한민국 민법은 상속의 대상을 재산권에 기초한 권리와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통적 유산인 부동산, 현금, 주식, 채권 등은 상속 대상이 되지만, 온라인 계정 자체가 상속의 대상인지 여부는 법적으로 명확하지 않다. 이메일 계정이나 SNS 계정은 계정 소유자의 생전 활동과 사회적 관계를 반영하는 것이어서, 단순한 재산권으로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대부분의 플랫폼은 서비스 이용 약관을 통해 계정 소유권을 개인에게만 한정하고, 제3자에게 계정을 이전하거나 공유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상속인이 법적으로 상속권을 주장하더라도 플랫폼 측 정책과 충돌해 사실상 온라인 계정 상속이 불가능한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3. 플랫폼 약관과 법적 공백의 충돌

온라인 계정 상속 문제의 핵심은 바로 플랫폼 약관과 현행 법체계의 충돌에 있다. 대부분의 글로벌 플랫폼, 예를 들어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은 계정 소유자 외 제3자의 접근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며, 국내 플랫폼 역시 비슷한 방침을 취하고 있다. 이러한 약관은 사생활 보호와 보안 강화를 명목으로 하지만, 유족이 고인의 계정에 접근하려는 경우에는 큰 걸림돌이 된다. 문제는 법률이 이를 명확히 규율하지 않다 보니, 상속인들은 플랫폼의 내부 규칙에 일방적으로 종속되는 형태가 된다는 점이다. 법적 공백이 존재하는 한, 유족은 법원의 판단이나 별도의 합법적 절차 없이 고인의 디지털 자산을 온전히 보호하거나 관리하기 어렵다. 이로 인해 상속 과정에서 유족 간 분쟁이나 사회적 논란이 발생하는 사례도 점차 늘고 있다.

 

 

4. 해외 입법례와 한국의 대비 부족

해외 여러 국가는 온라인 계정 상속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입법을 서두르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 일부 주는 **통일디지털자산법(RUFADAA)**을 제정해 상속인이 고인의 디지털 자산에 접근할 권한을 명문화하고 있다. 이 법은 고인의 생전 의사를 존중하면서도 상속인이 합법적으로 계정 정보를 관리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공한다.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일부 국가 역시 유사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반면 한국은 온라인 계정 상속에 관한 별도의 법률이 마련돼 있지 않으며, 민법, 정보통신망법, 개인정보보호법 등이 개별적으로 적용될 뿐 통합적 규율 체계가 없다. 이로 인해 상속인들은 법적 근거 없이 플랫폼 정책에만 의존해야 하는 불안정한 구조에 놓여 있다. 한국 역시 디지털 유산 상속 법제화를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점에 이르고 있다.

 

 

5. 법적 공백이 초래하는 사회적·심리적 문제

온라인 계정 상속을 둘러싼 법적 공백은 단순히 법률 문제를 넘어 유족의 심리적 고통과 사회적 혼란을 초래한다. 고인의 SNS 계정에 남겨진 글과 사진은 가족과 친구들에게는 소중한 기억의 창이자 추모의 공간이지만, 관리자가 없어 시간이 지나면 삭제되거나 악의적으로 도용될 위험에 놓이기도 한다. 또한, 고인의 이메일이나 클라우드에 저장된 데이터는 가족에게 꼭 필요한 금융 정보나 중요한 계약 자료를 포함할 수 있으나, 접근할 방법이 없어 결국 상속 재산의 손실로 이어질 수도 있다. 법적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다 보니, 유족들은 계정 삭제 여부, 데이터 보관 방법 등을 두고 갈등을 빚거나 심리적 부담에 시달리게 된다. 디지털 시대에 온라인 계정 상속은 단순한 권리 문제가 아니라, 유족의 정서적 안정과 사회 질서를 위한 필수 과제가 된 것이다.

 

 

6. 한국 사회의 온라인 계정 상속 법제화 과제

앞으로 한국 사회가 온라인 계정 상속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제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첫째, 온라인 계정과 디지털 자산을 상속 재산의 한 유형으로 정의하고, 그 처리 절차와 접근 권한을 명문화해야 한다. 둘째, 고인의 의사 표시를 존중하기 위해 디지털 유언장, 상속계약 등과 연계될 수 있는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셋째, 플랫폼 약관과 법률의 충돌을 조정하고, 상속인의 권리가 과도하게 침해되지 않도록 보완 입법이 추진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국민이 디지털 유산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생전부터 계정 상속을 준비할 수 있도록 공공기관과 전문가가 나서 교육과 상담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유족이 온라인 계정 상속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한국 사회는 더 이상 디지털 유산 상속 공백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