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에 해야 할 디지털 자산 목록 정리 방법

1. 디지털 자산 목록이 필요한 이유: 잃어버리는 자산을 막기 위한 첫걸음

현대인은 매일 수십 개의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하며 수많은 데이터를 생성하고 저장한다. 이메일, 클라우드, SNS, 블로그, 암호화폐 지갑, 온라인 쇼핑몰, 구독 서비스 등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디지털 서비스는 각각 별개의 계정과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정보들이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지 않으면, 사망 이후 누구도 그 자산에 접근할 수 없고, 결국 잃어버린 자산이 되어버린다는 것이다.

단순히 감정적 가치뿐 아니라, 실질적인 금전적 손실도 크다. 수년 간 운영한 유튜브 채널의 수익, 블로그 광고 수익, NFT 등은 실제 자산으로 환산 가능한데, 이에 접근할 수 없다면 가족들도 그 가치를 누릴 수 없다. 더욱이 구독형 서비스나 자동 결제 시스템은 사망 이후에도 비용이 계속 청구되어 유족에게 경제적 부담을 줄 수 있다. 이처럼 디지털 자산 목록화는 ‘상속을 위한 준비’임과 동시에, 불필요한 낭비를 줄이는 최소한의 조치다.

 

 

2. 디지털 자산의 분류: 유형별로 정리해야 효율적이다

디지털 자산을 정리하기 위해선 먼저 어떤 자산이 있는지 파악하고 분류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디지털 자산은 다음과 같이 유형별로 나뉜다.

• 커뮤니케이션 계정: 이메일, 메시지 서비스, 업무용 메신저 등
• 콘텐츠 기반 자산: 블로그,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SNS 계정
• 금융 관련 자산: 암호화폐, NFT, 온라인뱅킹, 온라인 지갑, 간편결제 서비스
• 디지털 구독 및 라이선스: 넷플릭스, 왓챠, 어도비, 마이크로소프트365 등
• 파일 저장소: 구글 드라이브, 드롭박스, iCloud 등

각 자산은 접속 경로, 로그인 방식, 인증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한눈에 보기 쉽도록 정리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계정명, 사용자 ID, 이메일 주소, 연동된 휴대폰 번호, 2단계 인증 여부 등을 표 형태로 정리하면 나중에 유족이 접근할 때 큰 도움이 된다. 또한, 암호화폐나 NFT는 지갑 주소, 개인 키, 시드 문구 등을 반드시 별도로 보관해야 하며, 실물로 출력하거나 암호화된 디지털 문서로 저장해둬야 한다.

 

 

3. 디지털 자산 목록 작성법: 엑셀과 암호화 툴을 함께 활용하자

디지털 자산을 목록화할 때 가장 흔하게 사용하는 방식은 엑셀이나 구글 스프레드시트를 이용한 정리다. 기본적으로 항목별로 계정명, 사용자 이메일, 로그인 방식, 백업 이메일, 2차 인증 여부 등을 표로 나누고, 자산의 중요도에 따라 색상이나 태그로 분류하면 좋다. 예를 들어 금융자산은 빨간색, SNS 계정은 파란색으로 표시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엑셀 문서는 보안 취약점이 있다. 외부 유출 시 개인 정보가 쉽게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목록은 반드시 암호화 프로그램을 이용하거나 **비밀번호 관리 프로그램(예: LastPass, Bitwarden, 1Password 등)**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이들 도구는 이중 인증 및 클라우드 백업 기능을 제공하며, 안전하게 계정 정보를 보관할 수 있다.

또한, 중요한 계정에 대한 백업 정보는 믿을 수 있는 가족이나 법적 대리인에게 미리 알려야 하며, 생전 유언장이나 개인적인 디지털 노트에 이와 관련된 내용을 남겨두는 것이 좋다. 단, 암호 자체를 공개하기보다 정보 접근에 대한 권한을 부여하는 구조가 더 안전하다.

 

 

4. 디지털 유언과 함께 설계하기: 사후 전달을 위한 마지막 단계

자산 목록을 정리한 이후에는 이 정보가 어떻게,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전달될지를 고려해야 한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디지털 유언장’이다. 디지털 유언장이란, 사용자가 사망했을 경우 특정 계정에 대한 처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 누구에게 권한을 줄 것인지를 명시해놓은 문서다. 이는 일반 유언장에 포함시키거나 별도로 작성할 수 있으며, 법적 효력을 갖추려면 공증이나 법률 상담을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 주요 플랫폼은 사용자가 생전에 설정할 수 있는 사후 계정 관리 기능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구글의 '비활성 계정 관리자'는 일정 기간 활동이 없으면 사전에 지정한 사람에게 계정 접근 권한을 부여하는 기능이며, 페이스북은 ‘추모 계정 관리자’를 통해 지정된 사람이 계정을 보존하거나 삭제할 수 있게 한다. 이처럼 생전에 플랫폼 설정을 마쳐두는 것만으로도 유족의 어려움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

결국 디지털 자산 목록 정리는 단순한 정보정리가 아닌, 사후를 위한 디지털 상속 설계의 중요한 키이다. 지금 이 순간부터 한 단계씩 정리해나간다면, 언젠가 반드시 필요한 순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